“여기 맞아? 아침치고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아닌 것 같아.”
“여기 맞아. 원장이 문자로 알려준 장소가 여기가 확실해. 그리고 이제 곧 개장 시간이니 사람이 없는 거야. 곧 있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어느 식당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바깥으로 나온 기자들. 아침부터 마약같은 푸근한 이불과 꿈에서 헤어나오게 되어버려 짜증과 나태함을 숨기지 않는 붉은 고양이 버기,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기도 전에 이를 지켜보던 나이스는 바로 딴지를 걸었다.
“버기, 설마 식당 안에서 담배 냄새가 서성거리게 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단짝의 훼방에 곧 한번 째려보고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은 버기는 담배 연기를 대신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식당 문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그는 매우 지치고 스트레스에 물들어져 있었다. 안 그래도 옛 사건에 대한 큰 정보를 얻지 못했고, 그 이상한 살인마는 물론 피해자에게 쫓겨나는 바람에 방송국으로 귀환하는 순간 바로 국장에게 욕을 먹을지도 모르는 선견지명으로 골치가 아팠다.
한숨 소리와 함께 유리문을 두 손으로 밀어 들어가려는 차에 갑자기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나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먹었던 게 탈이 났나? 배가 끓는 것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앞으로 1분안에 화장실에 달려가지 않으면 분명 국장이 살인 사건 대신에 뜰 새로운 이슈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화... 화.. 화장실!! 화장실 어디야!!!”
무언가에 미친 것처럼 식당 내부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보려는 버기. 하지만 눈과 목을 돌려봐도 천국의 입구가 보이지 않았고 아마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절망감에 얼굴이 일그러져지는 그는 결국 빛보다 빠르게 식당 밖을 나가버리고 온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어젯밤 제 말을 무시하고 먹다 남은 버거를 먹어버렸으니 저렇게 발에 불이 나게 달리는 친구를 보며 혀를 차고는 들어가는 나이스는 아침 먹기에 괜찮은 자리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안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아침이라 손님이 없어도 적어도 종업원, 계산원 그리고 요리사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을 텐데 그들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손님이 오면 즉시 발소리가 들려야 할 텐데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다. 더구나 뭔가 비릿한 냄새가 콧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것도 느끼자 눈이 찌푸리고 말았다.
처음 나이스는 왠지 모르게 찾아오는 서늘함과 고요함에 등이 따가워지는 감촉을 맛보았지만, 아직 괘념치 않게 여기고 단순히 쓰레기 버리러 간 것으로 치부해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 옆 자리에 앉아 원장을 기다렸다. 자리에 앉은 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며 어젯밤 문자를 다시 확인하였다. 그저께 피해자인 아스고어와의 인터뷰가 예상치 않게 끝나버리고 나서 아무 이득을 얻지를 못하니 방송국으로 돌아가기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묵고 있던 여관에 떠나지 못하고 한숨만 뱉으며 시간을 버리다가 갑자기 밤에 찾아온 문자로 인해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기맨이 감금되었던 병원의 원장이 보낸 문자였다. 그는 나이스가 떠나기 전에 받았던 명함을 통해 그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갑자기 문자가 와 심히 놀랐던 찰나, 문자에서 우리 둘에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무언가를 전해줄 것이 있다는 말에 다시 한번 희망을 얻게 되고 아침이 찾아오는 순간에 채비를 마치고 차에 탑승하여 액셀을 크게 밟았다. 그래서 단시간 안에 지금 여기에 온 것인데 이상하게도 약속시간이 되었음에도 원장은 이 기묘한 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보며 어서 빨리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보는 나이스는 아무래도 급한 일이 있나 하여 전화를 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에 발송된 번호로 연락하려 했다. 번호를 누리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려 하나 만일 운전 중이라면 전화 받기가 어려울 테고 또 길이 막혀서 늦게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여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고 일단 식사를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메뉴판을 갖다 줄 종업원이 보이지 않았고 대체 다들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리실 앞으로 걸어가 그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가까이 가기도 전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차가운 공기와 가까울수록 강해지는 비릿한 냄새만이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될 뿐이었다.
“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곧 손님이 올 시간인데 조리실의 요리사들은 물론 종업원도 전혀 보이지 않으니 서비스 정신은 어따 팔아먹었는지 치가 떨리는 찰나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원장의 전화 인줄 알고 급하게 꺼내 받아 보았지만 아쉽게도 온몸의 기를 빼게 만드는 친구의 전화였다.
‘야, 나 치킨버거 부탁해.’
딱 몇 마디를 내뱉고 끊어버리는 친구의 전화에 진짜 얼굴을 보는 순간에 불뚱이 터질지도 모르는 생각에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으며 속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휴대폰에 알람 맞춰 놓았던 긴급 뉴스 앱에서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는 진동에 나이스는 그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감히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속보! 어젯밤, 30년 전의 연쇄 살인 사건의 주범, ‘부기맨’이 이송된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 다수의 환자들과 운전기사는 사망, 함께 동행했던 ** 병원 원장은 현재 의식불명, ‘부기맨’은 실종.’
이 짧은 문장에 나이스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부기맨’이 실종, 원장은 현재 의식불명. 그럼 어젯밤에 제게 문자했던 이는 누군인가? 원장이 보낸 게 아니면 대체 누가 문자를 보냈단 말인가?
머릿속에 여러 의문과 공포가 피어올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땀을 흘리다 갑자기 주방 안에서 무거운 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크게 움츠리며 놀란 나이스는 고개를 돌려 주방 입구를 쳐다보았다. 대체 뭐가 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왠지 봐서는 안 된다는 무의식의 본능이 피어올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본능이 그걸 압도적으로 나서 뒤로 걸었던 발이 다시 앞으로 걷게 만들었다.
머릿속에 크게 자리 잡은 공포는 어서 그곳을 빠져나가라는 비명을 지르며 계속 자극을 시켰지만 공포 영화의 법칙 중 하나인 호기심은 가진 사람은 무조건 있다는 말이 사실인 듯 그는 조심히 소리가 나지 않게 걸어 계산대를 지나 주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아스고어와의 인터뷰가 생각나게 만드는 끔찍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새로이 깨닫고 알아낼 것은 절대 없소. 그 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건 따위 없소.’
아니, 당신이 틀렸다. 지금 그가 겪었던 끔찍한 악몽이자 머릿속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공포가 바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토끼가 얻게 된 것이었다. 찢어진 대로 찢어진 반쪽 시체가 천장에 있는 줄에 매달려 있었고, 책에서만 보았던 각종 붉은 장기가 음식물 쓰레기 통에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피는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고 요리사로 보였던 어떤 고기가 냉장고에 칼에 박혀 있음을 두 눈에서 똑똑히 보고 말았다.
“아... 으아으.... 아아... 아....”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사실인지 나이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가만히 서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떨어진 시체로 인해 바닥에 고인 피가 그만 주방에서도 나와 계산대까지 고이게 되어 겁을 먹은 토끼의 신발을 붉게 물들이니, 나이스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자리에서 떠나고 말았다.
식당 문을 거세게 열어 서둘러 주차장으로 달려가 열쇠로 차 문을 열고는 잽싸게 들어가 시동을 키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빈 옆자리를 보고 누군가가 생각나는지 쪼그라든 입에서 이름이 나오고 말았다.
“버기....”
깜빡 그를 잊고 그만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없을 텐데 그 상태로 ‘부기맨’을 만난다면.
“안 돼... 안 돼.. 안 돼!”
마음이 급해진 그는 다시 차에 나와 그가 있는 화장실로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고 또 기도하며 아무 탈이 없기를 간절하였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여태 탈출할 기회를 기다린 건가? 아니, 탈출할 기회는 지금 말고도 30년 동안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럼 왜 지금 움직이는 건가? 설마 자신이 마스크와 아스고어의 이름을 언급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린 게 아닌가? 그래서 다시 그때의 심정이 일어나서....
“내... 내가 무슨 짓을?”
이렇게 후회를 맛보기도 전에 어서 제 단짝 친구를 데리고 나와야 했다. 함께 한 지 벌써 수십이 지난 친구였다. 매번 질리도록 싸우곤 하지만 그래도 곁에 없으면 섭섭해지는 친구이자 단짝이었다.
“제발... 제발 무사해!”
이놈의 화장실은 왜 이리 멀리 있는 건인가? 식사하다가 냄새 때문에 신경이 쓰이니 멀리 설치한 배려가 아닌지 하며 그 배려가 매우 원망스러웠다. 자치하면 친구가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방금 식당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간 고양이 버기. 그는 시뻘겋게 물들어진 눈을 회전시키며 화장실 내부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깨끗한 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뇌의 결정과 다르게 어서 빨리 움직이라며 끓어오르는 배를 부여잡으며 까마귀 걸음으로 첫 번째 칸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깨끗이 청소하지 않는 바람에 변기가 온통 휴지투성이에 변기가 매우 더러웠다. 자그마한 욕을 내뱉으며 두 번째로 자리를 움직였으나 이번에 휴지가 텅 비어있어 첫 번째와 마찬가지였다.
“제길라....”
또 한 번 욕을 내뱉으며 문이 닫혀 보이는 세 번째로 옮기려다 뱃속에 끓는 폐기물이 한 번 폭발해 그 여파로 다리 미끄러진 버기는 중심을 잡으려다 네 번째 칸 문을 잡았다. 하마터면 전부 내보낼 뻔한 위기를 겨우 흘려보내어 일어서다 휘청 걸리며 열리는 네 번째 칸 안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천국을 보았다.
마치 새것처럼 깨끗한 변기, 먼지조차 보이지 않은 깨끗한 바닥, 꽉 찬 휴지 그리고 공기를 세척 해주는 환풍구가 설치되어있었다. 고민할 것없이 버기는 바로 그 칸에 들어가 벨트를 풀지 않고 바지를 후딱 내려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최하체의 출구로 핵폭탄을 발사하였다.
뜨겁고 묵직한 폐기물들이 서서히 뱃속에서 나와 텅 비어가자 버기는 그제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욕조에 돈으로 씻는 부자들조차 부럽지도 않을 쾌감이었다.
“하.... 살았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버기는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으로 웃음을 지으며 벽에 걸린 휴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의외로 폐기물들이 빠르게 출구를 통해 나가버려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전에 자리에 일어나기 전에 미리 해야 할 일을 생각해내고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열었다. 그리고 익숙한 버튼을 누르고 통화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연결이 되자 딱 몇 마디만 마치고 끝냈다.
“야, 나 치킨 버거 부탁해.”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고 휴지를 꺼내 출구를 닦는 버기. 유연한 고양이처럼 출구를 능숙히 닦아내고 또 닦아내어 마무리를 마쳐 자리에 일어섰다. 변기에 물을 내려 이제 식당으로 향하려다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바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도 들려왔다.
문손잡이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놀란 버기는 발을 허둥거리며 주춤하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게 놀라고 말아 중심을 잊어 벽에 손을 지탱해서야 했다. 네 번째 칸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화장실에 들어온 이방인은 잠시 그곳을 지켜보고는 바로 발을 떼어 걷기 시작하자, 버기는 단순히 배가 아파서 급하게 문을 열었나 하고 자금쇠에 손을 갖다 대려 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급한 일이면 금방 비어있는 칸으로 뛰어갈 텐데 오히려 평온하게 걷는 소리 밖에 들려왔고, 또 제가 서 있는 칸 앞에 발을 멈춘 것을 칸 문 밑을 통해 보았다.
버기는 처음 그냥 침착하게 아픈 배를 참고 이곳에 온 것이고, 또 네 번째 칸이 좋아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 입을 열었다.
“곧 나가니깐 좀 비켜주시겠어요?”
버기는 문 밖에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그가 뭐하고 있는 건지 당최 이해를 못 한 버기는 지금 친구가 시켰을 지도 모를 치킨버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김으로 다시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저기 비키라니깐요? 그렇게 서 있으면 문을 열 수 없잖아요.”
이번에 좀 굳게 말한 버기. 하지만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바깥의 이방인에게 화가 난 버기는 그냥 억지로 문을 열어 나가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칸막이 위에 무언가에 쥔 건처럼 보이는 손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손 때문에 또 놀란 버기는 요번에 왜 이리 놀라는 일들이 한 가득이냐며 불만을 품은 버기는 될 대로 되라며 그냥 문을 여는 틈에 갑자기 그 손이 활짝 펴졌다. 그리고 손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바닥에 떨어져 툭툭 소리와 함께 여러 곳에 튀었다.
그의 손에서 떨어진 하얀 물질을 보고 화가 났던 버기도 처음 호기심을 일어나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을 모두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그는 곧 동공이 커지며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그가 본 것은 모두가 흔히 가지고 있으면서 식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신체의 일부 조각이었다. 새빨갛고 차갑게 식은 피가 묻은 채로 말이다.
그것을 보고 놀란 버기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칸막이를 넘은 손을 바로 문을 잡고는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버기는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기에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갈 길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어 그를 밀치고 도망친다 해도 문이 멀어서 다시 잡힐 게 뻔하고, 환풍구를 부시고 나갈 수도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나가다가 몸이 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차라리 칸막이를 올라가 건너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딱히 운동에 큰 연관이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크게 유연한 몸이 아니지만 적어도 고양이 괴물다운 속도를 가지고 있으니 해볼 만하고 생각했다.
숨을 크게 마시며 마음을 잡으려 하기도 전에 문짝이 금이 가 조각이 튀자 살아남기 위해 바로 가볍게 칸막이로 올라간 버기는 흔들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고 바로 다른 칸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바로 문을 부수고 들어온 괴한은 칸막이벽에 걸친 고양이의 발목을 잡고 밑으로 강하게 당겼다. 발목이 잡혀 바로 바닥에 떨어진 버기는 그대로 변기에 부딪힌 대로 떨어져 곧 뜨거운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려 하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며 곧 제 목을 꺾으려도 갖다 대는 손을 보고 다리로 그의 가슴을 걷어차 저항하려 애를 썼지만, 그놈의 가슴 대체 뭐로 이루어져 있기래 벽을 치는 것 같아 오히려 발바닥이 더 아팠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자신을 공격하는 그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버기, 그러나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순간 눈이 부릅뜨게 되어 절로 단 한 마디의 이름을 꺼냈다.
“부.. 부기맨?”
얼떨결에 ‘그’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그를 칸에서 꺼내려 잡아당겼다. 자동차에 끌려가는 것처럼 그의 힘에 저항하지 못한 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살아남기 위해 손톱으로 바닥을 긁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대로라면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여태 죽였던 희생자들처럼 죽을 것이라는 강박감에 버기는 비명을 질러 강한 생존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버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나이스의 외침을 들은 버기. 그는 한순간 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과 친구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가 두 눈에서 동반되고 있었다. 나이스는 화장실에서 위기를 받고 있는 버기를 구하기 위해 주위에 떨어진 몽둥이를 들고 들어갔지만 그를 습격하고 있는 괴한의 얼굴을 보는 순간 경직되어 버리고 말았다,
“부기맨...”
설마 했지만 진짜로 그가 이곳에 있다는 현실에 나이스는 아주 잠깐은 현실을 부정하고 말았다. 최악의 살인마가 자유롭게 풀려나 제 앞에서 묵묵히 고요한 듯 고요한 표정으로 제 친구를 죽이려는 모습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나이스!! 살려줘!!”
단짝의 비명에 정신은 차린 나이스는 친구를 구하고자 바로 달려가 몽둥이로 ‘그’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아무리 튼튼한 인간이나 괴물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만한 타격이었는데, 몽둥이에 맞은 ‘그’는 얼굴도 찌부리지도 않고 여전히 비어있는 듯한 눈으로 작은 토끼에게 시선을 돌려 바로 그의 옷깃을 잡아 옆 닫혀 있는 세 번째 칸 문에 머리를 크게 박았다.
너무나도 강하게 박아서 인지 칸막이 문을 금이 가 버렸고,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막지도 못하고 바로 화장실 문에 머리를 부딪힌 나이스는 둔기에 얻어맞은 것 마냥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그대로 ‘그’에게 끌려가 다시 한번 벽에 박히고 말았다. 이때 몽둥이가 떨어지니 버기는 그것을 주워 친구를 계속 붙잡아 벽에 찍는 ‘그’에게 휘둘렀다.
“나이스를 놔줘!!”
무기가 생겨서 인지, 아니면 방금 자신이 당할 뻔한 일에 분노해서인지 버기는 없던 용기가 생겨 ‘그’의 머리에 내리쳤지만, 그는 미동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토끼의 머리를 벽으로 찧고 있었다.
“이 망할 괴물 자식!! 나이스를 놓으라고!!”
공격해도 안 되니 버기는 일단 친구를 붙잡은 팔뚝에 몽둥이를 내리쳐 떨어트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귀찮다는 듯이 토끼를 잡고 있던 한 손을 놓아 성이 난 고양이의 목을 잡고 바로 다른 벽으로 향해 집어 던졌다. 무게가 꽤 되는 남성을 어렵지 않게 벽으로 던지는 그 괴력에 겁에 질린 나이스는 벽에 머리가 너무 찧은 탓인지 정신을 잃어가면서 누군가의 말을 상기하였다.
‘‘그’는 여섯을 죽이고 또 의사들도 죽인 살인마요. 그것도 저보다 훨씬 어린아이를 죽인 살인마요. 꿈을 꾸어야 할 어린아이들을. 그런데 인간이니깐 이해해야 한다고? 어디 길가에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물어보시오. 그 미친놈이 과연 무슨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지. 이유같은 건 없소. 이유는 물론 그가 얻는 이윤 따위도 없소. 그냥 죽이는 거요.’
그래, 그의 말대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무엇이든 반드시 동기가 있는 법이지만 ‘그’에게 그런 것조차도 없는, 말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였다. 그냥 누구든지 죽이는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 쓴 무언가였다. 저건 절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무지에 빠지는 자신의 태도를 너무나도 실망스러워하면서도 지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숨이 멈춰가는 것을 느끼는 나이스. 그는 점점 감기는 눈에서 마지막으로 본 건 제 단짝 친구에게 다가가 바닥에서 발을 떼어내면서 허공에 목이 조르는 그 끔찍한 순간뿐이었다. 똑같이 마른 호수처럼 비어있는 눈으로 지켜보면서 말이다.
할 일을 마치고 화장실에 나온 ‘그’. ‘그’는 주차장에서 30년 동안 자신에게서 떨어져 있었던 제 일부의 고동이 바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빠르게 뛰어가는 심장 소리와 맑아지는 머릿속.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발을 움직여 휑한 주차장 한 가운데에 주차된 차 뒤에 도착했다. 말없이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차 트렁크를 조심히 열어 조심히 가방 지퍼를 열고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필요없는 옷가지나 입가심거리 그리고 각종 기계들을 치우고 나서 국가 정부 표식이 그려진 문서를 발견하니, 그것을 조심히 주워 입구를 뜯어내었다. 그리고 30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옛 추억. ‘그’는 ‘그것’을 잠깐 살펴보고는 조심히 착용하였다. 절대 잊을 수가 없었던 가면의 냄새와 추억이 콧속에 들어가 다시 ‘그날’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젠 트렁크를 닫고 앞좌석으로 향하려던 차에 그는 보게 되었다. 어쩌다 구석으로 떨어졌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찍힌 사진과 주소 그리고 가족 사항과 이름이 적혀진 구겨진 문서를.
‘아스고어 드리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