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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서랄세) 아이스크림

더위는 어디에 있든 있다. 추운 곳에서 두꺼운 옷을 입는다면 그 안에서 새싹이 피어난 듯 서서히 자라 온갖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따뜻한 곳에서도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끈적끈적한 땀이 살 속에서 고개를 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더위로 죽으리라.

 

물론 밝든 어둡든 여기 빛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더위는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더위는 은근슬쩍 피워 올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니. 그러나 유독 덥지도 춥지도 않을 그저 선선한 곳임에도 더위로 인해 고생하는 한 어린 괴물이 있었다. 더우면 벗어도 될 걸 굳이 두꺼운 녹색 로브와 모자 그리고 목도리를 계속 입고 걸치는 바람에 땀이 소나기처럼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 덥네. 그래도 산책을 거를 수는 없지.”

 

제가 세운 하루 목표를 절대 어기지 않겠다는 이 모범적인 괴물 소년은 목도리로 이마의 닦아내며 계속해서 길을 재촉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을 적당한 스텝을 밟아가며 길을 걸어가는 소년은 콧소리를 내며 즐겁게 길을 걸어갔다. 언제나, 그리고 예전에 그리운 아이들과 지나갔던 뿌리같이 펼쳐진 잔디 길을 돌아다니며 웃어댔다.

 

발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풀과 푹 들어가지는 모래의 촉감과 콧속을 간지럽히는 깨끗한 풀 향. 소년은 밟기만 해도 바스락거리는 기분 좋은 모래의 소리와 맡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풀의 향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에 더더욱 흥얼거리기 시작하며 흔들고 있던 양팔을 시계추처럼 넓게 펼쳐져만 간다.

 

역시 이 즐거움에 산책을 안 할 수가 없어. 운동이 돼서 건강해지고 더위 따위 잃어버리게 하고 스트레스도 다 사라져 가니..... 정말이지 지금 하고 있어도 더 하고 싶어진다니깐.”

 

혼잣말을 꺼내며 이제 길모퉁이가 보여 이제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고 아이같이 좋아하며 길을 다시 걷다 문 듯 옆에 있는 한 나무를 보았다. 성의 기둥처럼 웅장하고 튼튼한 나무에 고운 색을 입은 나뭇잎을 목표를 달성한 소년을 보며 축하한 듯 작게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완벽한 나무가 자신을 축복해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곧 눈에 띄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명탐정처럼 안경을 올려 쓰며 나무 속에 숨은 트릭을 찾아낸 소년은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성 입구에서 노려보는 무서운 대머리 괴물 석상처럼 매달려 있었으나 그만 무언가로 인해 부러진 얇은 나뭇가지. 소년은 그것을 잠시 바라보며 문 듯 누군가를 떠올랐는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희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간 게 벌써 며칠이 지나갔구나.”

 

언젠가 다시 만날 정겹고 놀란 만큼의 반전매력을 가진 친구들을 떠올린 소년은 잠시 그리움이 눈에 비쳤다. 조용하고 거친 겉모습과 달리 의외로 재미있는 면에 강인하고 친구를 생각하는 그 멋짐을 가진 아이들이 지금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 먹고자 들러붙고, 서로 먼저 먹어보겠다고 티격태격 싸운 추억이 지금 제 앞에서 일렁였다.

 

고요하고 돌아올 대답이 없는 호수와 같았지만 한번 빠지면 다신 나올 수 없을 것처럼 강인한 인내심을 지닌 소년과 불꽃처럼 뜨겁고 모든 것을 태워버릴 정도로 사나우나 사실 스스로가 친구들을 따뜻하게 비춰줄 빛임을 몰랐던 소녀와의 모험은 언제 다시 떠올려도 온몸에 소름이 일어날 정도로 흥분을 돋곤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앞으로 가기엔 곤란해도 끝내 여정의 끝마침에 도달해 모든 것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소년은 아직 이곳을 떠나기 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놀란 아이들의 표정이 떠올렸다. 대체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생각했는지 행동은 물론 눈조차도 전부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곧 나중에 다시 만날 때, 자신이 만들어줄 케이크에 대한 맛도 기대하는 눈치도 있었다.

 

조만간 다시 만났음 좋겠다..... 그렇다면 내가 케이크 많이 만들어 줄 텐데.”

 

어서 빨리 돌아온다면, 이번에 같이 모험을 또 떠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 간절히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비는 아이같이 선 소년은 햇님처럼 작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전에 제 케이크를 많이 먹여 배를 든든히 채워 모험을 떠날 것이다. 언제나 그때처럼 행복하게. 곧 빵빵거리는 소리를 내는 누군가만 없다면 말이다.

 

빵빵!!!

 

트럭 경적소리 마냥 엄청난 소음을 내며 바닥을 울리게 만드는 바퀴를 잡아 굴리는 작은 체구의 아이가 저 멀리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 랄세이! 나무 앞에서 뭐 해? 똑같이 나무 되려는 거야?”

 

한결같이 백치를 보이는 엉뚱한 말을 꺼내는 지하의 왕자. 아니, 이젠 왕에 가까운 소년 랜서는 나무 앞에서 조용히 섰던 랄세이에게 대답을 꺼냈다. 조용히 추억을 상기하였던 랄세이는 저 까마귀같이 소음을 일으킨 소년의 덕에 방해를 받자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말았다.

 

“.....괴물은 나무로 될 수 없어, 랜서. 그나저나 왜 여기로 온 거야, 너 할 일이 있지 않아?”

 

에이~ 계속 그렇게 딱딱한 태도를 강조하지마. 이 몸은 말이지,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에서 문서를 정리하는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아. 오히려 방에 나가 모두를 살펴보고 얘기를 들어주는 훌륭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렇지, 자전거에 이 몸이 나셨다라는 팻말에 종이로 만든 가짜 왕관을 뒤집어 쓰며 목에 작은 망토까지 두른 철없는 아이의 모습을 잠시 보고는 머리가 아파 두 손으로 꼭 감싸는 랄세이. 랜서는 언제나 그랬다. 폭군이었던 전 왕은 물러나고 이제 그의 자식이었던 랜서가 지하를 잘 다루어야 하는데 왕의 업무는 지루하고 힘들다고 무작정 나가 거리에 뛰쳐나가기가 반복이었다.

 

물론 그나마 완전히 제 할 일을 마다하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그가 성 밖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전부 들고 귀가하면 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쳐나가는 둥 헌신하였다. 어떻게 보면 백성들의 말을 귀담아듣는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어 천만다행이긴 했다. 그래도 아직 완전한 왕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제가 이제 이 지하를 보듬어야 할 왕임을 아직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게 자신의 장난으로 받아들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만일 철없는 모습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자라 버린다면 이곳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니 가히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는 랄세이였다. 상심에 빠져 헤매고 있던 랄세이와 다르게 아직도 싱글벙글한 랜서는 키킥거리며 웃던 중, 랄세이의 목과 이마에 땀에 젖어 있음을 보았다.

 

랄세이, 너 지금 더워? 이마하고 목이 반짝거려. 세상에, 저렇게 반짝이는 거 처음 봐. 유리보다 더 반짝여.”

 

약 올리는 건지 지금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으니 더더욱 열이 솟아오르는 랄세이는 랜서에게 고개를 돌려 모범적인 지적을 토해내려던 참에 갑자기 자신의 모자가 머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보고 싶어. 랄세이, 땀을 더 내봐봐. 네가 땀을 흘리니까 복슬복슬한 털이 호수처럼 깔끔해 보여.”

 

하며 어느새 그의 모자를 꼭 잡고 있었던 랜서는 그대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저 멀리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 못 한 랄세이는 잠시 머뭇거리며 제 머리를 툭툭 만졌다. 있어야 할 것이 머리 위에 없고 지금 그것이 저 까마귀같이 유유히 멀어져가는 놈의 손에 들려 있음을 본 랄세이는 곧 해탈의 미소 속에 강렬한 태양도 씹어먹을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랜서, 너 진짜.”

 

웬만하면 크게 질러도 이상하지도 않지만 단 한 번도 소리를 토해낸 적도 없기에 불가능했다. 대신 언제나 남들을 바라보던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시선은 사막의 모래같이 메말라 있을뿐더러 방금 화로에서 꺼낸 뜨거운 칼같이 날카로웠다.

 

내 모자를 돌려줘.”

 

딱딱한 목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움직이는 랄세이. 총총거리는 발걸음에 그나마 바닥에 말라붙은 껌같이 마른 땀이 다시 축축하게 변하는 건 금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개념치 않았다. 땀 때문에 뛰는 것을 그만두면 저 말썽꾸러기는 분명 모자가지고 무슨 해코지를 할 것을 뻔했다. 정말 저 아이는 대체 언제까지 저럴까 하며 랄세이는 달려가고 있었다. 모자를 되찾는다는 그런 야성을 불태우며 멀찍이 달린 소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입고 있던 로브와 목도리가 폭풍을 맞이해 펄럭이듯이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랜서, 내 모자 돌려줘.”

 

먹이를 쫓는 한 마리의 야수같이 눈을 번뜩이며 부드러운 풀을 밟고 있는 젤리와 털 뭉치에 힘을 더 가하자 몸을 감싸는 바람의 강도가 강해졌다. 사냥꾼이 저를 쫓아오고 있음을 본 랜서는 고개를 돌려 한껏 혀를 내밀며 약 올리고 다시 페달을 밟는데 집중했다. 이젠 자신을 놀리는 데 도를 닦았다고 믿은 랄세이는 전에 책에서 보았던 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금방 자세를 잡았다.

 

변신 로봇이 조금씩 부품을 바꾸어 제 몸을 적과 맞서 싸울 몸으로 변하듯이 랄세이는 팔을 니은()자로 바꾸고 다리도 힘을 부드럽게 순화시키고 입으로 숨을 쉬지 않고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펄럭이는 로브와 목도리가 땀에 젖어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모자만 찾는다면 그 까짓것 상관이 없으니까.

 

제발 좀 거기서.”

 

간절함과 분노가 섞은 작은 목소리가 지하 전체에 느리게 퍼져만 갔지만, 랜서는 멈추지 않았다.

 

헤헤, 잡아볼 수 있으면 잡아 보시지.”

여유로이 페달을 밟는 힘을 더 가한 랜서는 세 가지 길로 나누어 갈림길에서 왼쪽 꺽자 바닥에 부딪히는 페달의 자국이 까맣게 남은 동시에 부드러웠던 길이 깨지고 말았다. 랄세이는 깊이 파인 길바닥을 보며 조화로움이 망가지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저 말썽꾸러기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해 그 자신 역시 옆길로 들어가 계속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실실 웃으며 사냥꾼을 약 올리고는 어딘가로 도망치는 먹이와 그런 그를 쫓아 오장육부 찢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사냥꾼은 근처에 서 있던 괴물들의 옆에 빠르게 지나가자 그들의 머리카락과 딱딱한 갑옷이 찢어나갈 정도로 흔들리고 말았다. 갑자기 빠른 무언가가 제 옆에 지나가 사라지니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했다.

 

면을 삼키는 것처럼 둘의 간격이 가까워져 보여도, 먹기 위해 면을 꺼내 늘리듯이 멀어져가는 이 둘의 추격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어느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옥의 끝에서도 달려갈 둘이었기에 충분했다.

 

뜨겁지만 부드러운 숨결을 입으로 내뱉고 다시 코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표정에 티끌만큼의 변화 없이 달리는 그의 눈부신 달리기를 뒤돌아보는 랜서는 고약한 노인처럼 낄낄 웃으며 이번에도 또 옆길로 꺾어 들어갔다. 그가 이번에도 다른 길로 들어가니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속도를 잠시 줄여 그가 들어간 길로 들어가는 순간 눈이 휭둥그래졌다.

 

잘 달리고 있던 자전거 페달에 발을 빼고 메뚜기처럼 어딘가로 뛰어가는 랜서가 눈에 포착하니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그가 또 무슨 꿍꿍이를 한 것인가? 아니면 이 근처에 저를 잡아 둘 함정, 병사들을 숨긴 게 아닌지 해 고개를 돌려가며 매섭게 살펴 보았다.

 

어둠 속에 돌아다닌 먹이를 금방 낚아채 갈 부엉이같이 온갖 곳을 다 둘러보는 랄세이, 그러거나 말거나 랜서는 그의 모자를 꼭 쥔 채로 어느 누군가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이더니 그는 몸을 돌려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랜서가 수상한 주문을 하는 것을 본 랄세이는 그가 또 장난을 치기 전에 어서 막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을 줘 달려갈 준비하고 있었다.

 

풀숲에서 자신보다 더 큰 먹이의 목을 한 번에 물어뜯을 한 마리의 야수처럼 두 눈이 번뜩이는 동시에 잽싸게 뛴 랄세이는 양팔을 벌려 그를 잡으려는 찰나.

 

, 받아.”

 

갑작스레 무언가를 쥔 손을 그에게 건네는 랜서. 그리고 그것을 보고 놀라 멈춘 랄세이.

 

랜서.... ?”

 

헤헤, 땀이 흘리면 시원한 거 먹어야지. 안 그럼 탈수로 쓰러진다고 카아드가 그랬어.”

 

랄세이는 갑작스레 제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저 말썽꾸러기가 손에 쥐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제게 건네주려 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차갑고 시원한 기운의 원천이 그의 앞에서 양초처럼 피워 오르는 것을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절로 삼켰다. 왜 그가 갑자기 제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이유를 모르나 혹시 아이스크림에 무슨 수작을 부린 게 아닌지 해 잠시 망설이고 말았지만.

 

어서 먹으라니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왠지 안 갈 것 같아서 여기까지 오게 하건데. 이러면 너무 아깝고 미안해지잖아. 게다가 아까보다 땀도 더 흘려서 찝찝할 텐데 시원하게 한 입 베어 먹어야지.”

 

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재촉하는 랜서. 그리고 그런 그에게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진심 어린 친절로 인해 당황하는 랄세이. 설마 그가 정말로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아이스크림을 건네려고 함을 알게 되니 랄세이는 스스로 그의 본심을 의심하고 경계한 자신을 나무라며 자책했다. 자신이 왜 그랬을까? 잘못을 저질러도 그것의 크기를 이해해 다시 되돌리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는데 랜서 또한 마찬가지로 친절도 베풀 수 있는 소년이었다. 그것을 잊고 그를 의심하고 말았으니 너무나도 자신이 추하게 느껴졌다.

 

랄세이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 탓에 뜸이 보이며 주춤거리자 답답한 랜서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직접 그의 손에 갖다 놓았다. 부드러운 털과 젤 리가 뭉친 손바닥에서 딱딱하지만 시원한 기운이 도는 아이스크림이 느껴지자 랄세이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더위와 축축한 눅눅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로브 안 속에서 자리 잡은 땀이 살과 옷 사이를 조금씩 지나가 잠도 못 자게 할 소름의 감촉이 등에서 타고 올라오니 그는 어서 옷자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어서 이 끈적이는 소름을 깨끗이 닦아주기를 바라며 잡아당기고 놓기를 반복하자 또 한 번 랜서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랄세이, 그렇게 해봤자 땀은 금방 사라지지 않아.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저기서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자.”

 

로브 자락을 잡아 근처 시원한 호수가 있는 곳에 가리키는 랜서는 헤헤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고 있었다. 그가 어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를 바라니 랄세이는 그의 요청대로 아이스크림을 조심히 입에 가져가 한입 베어 먹었다. 그러자 눈에서 감탄의 빛으로 반짝이고 혀에는 단물이 섞인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혀라는 이름의 사막에 물을 뿌려 맛있었는지, 언제 들러붙었던 끈적임이 사라지니 금방 천국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의 눈빛이 행복감에 가득 차 버리자 랜서는 실실 웃으며 몰래 챙겨 운 방귀 주머니를 꺼내 그의 뒤에 내려놓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그에게 앉기를 바랬다.

 

서서 먹지 말고 앉아서 먹으라니까. 서서 먹으면 다시 더워지잖아. 어서 앉아서 먹어.”

 

... .. 그래 알았어. 고마워, 랜서.”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랜서의 친절함과 어색하지 않을 안내에 취해 랄세이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웃으면서 조심히 앉았다. 그러자 자신의 엉덩이에서 쿠션같은 부드러운 푹심함과 엄청난 가스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라 다시 일어서서 뒤를 보았다.

 

자신이 앉은 곳에 방귀 주머니가 있음을 확인한 랄세이는 잠시 눈을 감고 매섭게 랜서를 바라보자 그는 너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참지 않고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강 표면에 작은 물결이 일어났고 근처 지나가는 괴물들도 이유는 모르나 그냥 재미있는 일이 있는 거로 생각해 같이 웃기엔 순수했다.

 

랄세이는 주변을 웃음으로 가득 채워버리는 소년을 보며 장난에 대해 언급하려다 손에 쥐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고 방금 전의 진심을 떠올라 그냥 한 번 넘어가기로 했다. 방구 주머니를 옆으로 치우고 다시 앉은 랄세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직도 웃고 있는 랜서에게 앉으라고 손짓하자 그도 역시 알아보고 그 옆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 랄세이는 아이스크림 먹다 조용히 랜서에게로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그는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려 그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랄세이는 지금은 대화를 할 수 없음을 지각하여 잠깐의 눈웃음을 보이며 다시 아이스크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말없이 아이스크림 먹는 둘의 핥는 소리는 풀 위에 앉는 소리 이후로 새싹이 조용히 고개 피듯이 호수와 길가 위에 천천히 흘러가고 사라져만 간다.